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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People

[펀드매니저 이야기]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




그의 시작은 삼류였다. 리스회사 산은캐피탈 팀장을 거쳐 2002년 늦깎이 펀드매니저로 입문했을 때만 해도 여의도 증권가에서 그를 주목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증권사나 운용사 출신도 아니고 리스사에서 10년을 굴러먹다가 펀드매니저가 된 사람, 더욱이 운용사가 아니라 이름 없는 자문사(유리스투자자문) 매니저가 된 사람을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요즘 여의도에서 뜨는 신설 투자자문사 가운데 한 곳인 브레인투자자문을 창업한 박건영 대표의 시작은 이랬다. 유유상종이다. 삼류는 늘 삼류끼리 어울리기 마련. 유리스 시절 박 대표와 어울린 애널리스트들은 온통 신참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꿈이 있었다. 그들은 만날 때마다 주문을 외듯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삼류끼리 열심히 해서 꼭 일류가 되자." 신출내기 매니저는 발이 닳도록 뛰어다녔다. 수시로 상장사 관계자들을 만나 귀동냥을 하고 불철주야 공부했다. "진심을 가지고 일에 매달리니까 결국엔 문이 열리더군요." 맞는 말이다. 박 대표는 훗날 미래에셋 주식운용본부장으로 황금기를 누렸다. 2005년 대한민국 펀드대상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증시를 움직이는 글로벌파워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와 어울리던 삼류 애널리스트들도 스타 반열에 올랐다. 정창원 애널리스트(대우증권)는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전문가가 됐고, 조용준 애널리스트는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으로 영전했다. 박 대표의 성공 스토리를 잠시 들여다보자. 2003년 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도 아닌 보잘 것 없던 한 조선사가 무명 매니저의 눈을 사로잡았다. 박 대표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종목은 다름 아닌 현대미포조선"이라고 말했다. "당시 현대미포조선은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중이었습니다. 대형 조선사와 달리 선박 중에서도 PC선(석유화학운반선)에 특화된 구조를 지향했죠. 잘나가던 수리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으로 개편하는 과감성, 대형사가 잘 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노린 차별화 전략, 이런 게 눈길을 사로잡았죠." 당시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5000원. 박 대표는 무모하리 만큼 현대미포조선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보통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은 1~1.5% 정도 담는 게 관례였지만 박 대표는 무려 8% 가까이 현대미포조선에 '올인'했다. 어쩌면 이 같은 무모함은 그가 비주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선택은 자칫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2004년 초에 갑자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이 발생했죠. 곧바로 북핵 문제가 불거졌어요. 주식시장이 요동쳤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이 덩달아 깨지기 시작했죠." 악몽 같은 에피소드의 시작이다. "그땐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고객에게 너무 미안했고요. 내 고집이 과했던 것은 아닌가 혼자 되묻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 좋은 주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참아보자고 생각했죠." 엄동설한이 지나면 봄이 오는 법이다. 주식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주식이 바로 현대미포조선이다. 5000원에서 1만8000원, 1만8000원에서 8만원으로 오르더니 급기야 2007년 말엔 40만원으로 주가가 치솟았다. "유리스와 미래에셋,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회사를 옮기면서도 현대미포조선은 항상 저와 함께했던 종목이었습니다." 유리스 시절 현대미포조선으로 대박을 낸 박 대표는 2004년 미래에셋에 전격 스카웃됐다. 미래에셋에서도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 등 대표 펀드를 운용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옮긴 후엔 '칭기스칸펀드'로 또 한번 유명세를 탔다. 트러스톤에서 승승장구하던 박 대표는 올해 초 '독립'을 선언한다. 실물경기와 증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서도 "2분기에 큰 장이 설 것"이라며 트러스톤을 나와 투자자문사를 세웠다.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푸는 과정을 보면서 결국 주식시장으로 돈이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대표는 창업 6개월 만에 5000억원을 끌어모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박 대표는 투자가 집중되는 업종은 투자 리스트에서 철저히 배제시킨다. 2007년 당시 현대중공업과 STX 등 대형 조선사들의 증설 소식이 연일 신문을 도배하자 박 대표는 이들을 경계했다. 또 한 가지, 그는 늘 '한 단계 도약할 기업'을 찾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이런 맥락에서 짐 콜린스의 명저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는 그의 투자 바이블(Bible)이다. ■ 약력 △경북대 경영학과 △산은캐피탈 시장팀장 △유리스투자자문 주식운용본부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트러스톤자산운용 공동 대표 △브레인투자자문 대표 [남기현 기자 /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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