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서도 열심히 수다를 떨지 않고 입 다물고 있어도 부담이 안 되는 친구라야 오래갔다.단짝이라든가 엎드러진다거나 하는 친구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느 시기만 되면 슬그머니 물러나고 말았는데, 싫증이 나서 그랬는지 싫증 날 것이 두려워서 미리 그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늘 붙어 다니고 청소 시간이 안 맞으면 기다렸다가라도 같이 가는 단짝 친구를 대개는 한두 명씩 가지고 있고, 만약 거기서 소외되면 상처 받는 게 여학교 때 으레 경험하는 교우 관곈데, 나는 혼자 다니는 데 더 익숙했다. 등굣길이나 하굣길에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가 앞에 가고 있으면 일부러 걸음을 늦춰서라도 같이 가기를 피했다.구속되기 싫었다. 남을 의식한다는 게 나에게는 일종의 구속감이었다.남한테 신경 쓰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