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해가 떠오르는 시각. 그는 똑바로 앞을 보면서 뛰어내렸다. 그의 몸은 두 번 바위에 부딪치면서 부엉이바위 아래 솔숲에 떨어졌다. 마지막 길을 동행했던 경호관이 다시 찾아내기까지 30분 동안, 그는 거기 혼자 있었다.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말을 하지 못했다. 숨을 쉬지 못했다. 그가 이승의 마지막 잠을 혼자서 청했던 그 시각, 나는 제주도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혼자서 마지막 글을 수정해 컴퓨터에 다시 저장하고 봉화산 돌계단을 걸어 올라갔던 그 시각, 나는 편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텔레비전 속보를 보고 누군가 전화를 하기 전까지, 나는 그가 떠났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김해로 가는 항공 편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커다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채..